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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로그를 활용한 책 읽기

 

 

독서 생활의 시작

학교를 졸업할 때가 되니, 보이지 않는 취업 압박을 느끼고 있었습니다. 분명 아무도, 그 아무도, 그런 내색이 없었는데.. 혼자서 조바심을 냈고, 누구에게 조언을 구할 생각도 하지 않고, 인터넷 취업 사이트를 통해서 면접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다행인 걸까요? 바로 한 회사에서 연락을 주셔서 그 회사에 입사하게 되었습니다. 

 

입사하고, 일주일이 지나니, 내가 무슨 일을 했나 싶더군요. 그제야 회사의 크기가 보이고, 월화수목금토일이아니라... 월월월월월월월로 돌아가는 말도 안 되는 일정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개발 팀 사무실 한켠에는 이층 침대가 있었고, 개발팀의 두 팀장님은 집에서 주무시는 날보다 회사에서 주무시는 날이 더 많았습니다. 

그러니 신입사원이 집에 갈 수 있을 리가 없었죠.  항상 머리가 띵~ 한 상태에서 고개를 처박고 코드를 보는 삶을 살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도 정말 재미있긴 했습니다. 전혀 안 해봤던 일들을 해보는 건, 일종에 쾌감 같은 걸 주니까요. 

 

그러다가 회사가 기울기 시작하고, 결국은 월급이 잘 나오지 않는 상황에 이르렀습니다.

이제 막 결혼을 했기 때문에, 아내에게 너무 미안한 마음이 들더군요. 그래서 학교 때 친하게 지내던 형이 소개해주는 다른 회사로 이직을 했습니다. 

 

이직 한 회사는 또 다른 분야의 일을 하는 회사였습니다. 다시 일을 배워야 했지만, 지난번보다는 일하기 좋은 환경이었습니다. 이제는 매일 퇴근을 할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출퇴근을 하다 보니, 하루 3시간 좀 넘게 출퇴근하는 시간을 보람 있게 보내야 한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무작정 구립도서관에 가서 열람 카드를 만들고, IT 분야 책들이 있는 서가에서 눈에 띄는 책들을 가져다가 읽기 시작했습니다. 

 

남는 것 없는 독서에서 남기는 독서로

그렇게 2,3년 읽다보니, 책을 읽어도 사실 남는 건 별로 없다는 걸 눈치채기 시작합니다. 아무리 열심히 읽어도 출퇴근 중에 읽는 것이라 집중이 쉽지 않았고, 집중을 해서 읽어도, 읽을 때뿐 금방 잊어버리는 겁니다. 

하루는 회사 후배의 미니홈피를 구경하던 중, 후배가 홈피에 책읽은 독후감을 짤막하게 적는 걸 발견했습니다. 이 정도는 할 수 있겠다 싶어서,  저도 따라서 하기로 했는데요. 정말 짤막하게 소감을 쓰는 수준이었습니다. 

하지만 미니홈피는 책의 내용을 정리하기엔 좀 불편한 점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다른 서비스를 찾게 되었는데요. "스프링노트"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노트 같은 모습의 UX도 호감적이었고,  제공하는 아이콘을 통해서 정리한 내용 주요 부분에 표시할 수 있었습니다.  참고 서적이라던지 정말 중요한 내용 같은 거죠.

 

그러나, "스프링노트"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집니다. 다른 정리 방법을 찾기 시작했는데요. 

비밀 글을 쓸 수 있고, 그걸 검색하기 용이하며, 마지막으로 '스프링노트"나 미니홈피처럼 사라지지 않을 것 같은 서비스를 찾았습니다. 

블로거, 네이버 블로그, 다음 블로그 서비스들을 놓고 고심했는데요. 네이버 블로그가 제가 쓰기엔 가장 편했었습니다. 

 

그 때가 2011년쯤이었던 것 같습니다. 

미니홈피와 스프링노트에 정리해 두었던 글들을 모두 네이버 블로그로 베껴왔고 그 후 지금까지 책을 읽으면 네이버 블로그에 정리합니다. 

 

그리고 얼마전에, 읽었던 책의 목록을 긁어서 구글 드라이브 시트 문서를 작성했습니다. 6개 정도 분야를 나누고 어떤 분야의 책을 읽었는지 체크해보았는데요. 구글 드라이브 시트의 차트는 외부 공유 기능이 있어서, 지금 블로그에 가져와봅니다. 

 

2020년 9월 현재 제 블로그에 책이름과 더불어서 정리한 날짜와 그 내용이 남아있는 책들은 총 523권입니다. 

 

생각 외로 많이 쌓였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저는 집이나 회사에서는 거의 책을 읽지 않는 다는 겁니다. 읽기는 오로지 출퇴근 시간에만 했습니다.  그리고 휴식을 취해야 하는 시간을 사용해서 읽었던 책을 정리했습니다. 

그렇게 했더니, 14년전에 읽은 책이라도 그 내용을 꺼내 쓸 수 있습니다.

뇌가 확장된것과 같은 효과를 만들어 내는 거죠. 

 

이 정도면 경험을 공유해도 될만한 특이한 케이스라 생각되어,

제가 터득한 독서 방법을 소개해보고자 합니다. 

 

블로그를 활용한 출퇴근 독서법

일반적인 독서법들의 핵심은 책을 괴롭히는 겁니다. 즉, 되도록 많이 책에 표시하고 심지어 자기 생각을 적어두라고 까지 하는데요. 문제는 그렇게 하면 책을 모두 사야 한다는 겁니다. 도서관에서 빌린 책이나 회사의 책을 그렇게 할 수는 없죠. 

읽을 책을 모두 사는건 재정적으로 부담이 됩니다. 한번 읽었다고 그 내용을 평생 기억할리 없으니, 읽은 책들을 써먹기 위해서는 모두 소장하고 가까운 곳에 정리해 두어야 합니다. 하지만 제 경우는 집이 좁습니다. 사더라도 소장이 부담됩니다. 게다가 프로그래밍 관련 책들은 의외로 비쌉니다. 부피가 큰데 트렌드가 지속적으로 바뀌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구해 읽어야 합니다.
그래서 최소한의 책들만 소장하기로 했습니다.

 

 
먼저

제가 다년간 터득한 방법을 설명드리겠습니다.
6단계로 나뉘는데요. 다음과 같습니다. (읽다보니 한 단계 한 단계 늘어나더군요.)

1. 섭외 2. 읽기, 3. 정리, 4. 서평 5. 블로깅 6. 콘텐츠

 

1. 섭외

먼저, 정기적으로 도서관을 갑니다. 제가 사는 동네 구립도서관에는 최대 3주 동안 책을 5권까지 빌려서 보게 해 줍니다. 정기적으로 도서관에 가서 책을 반납하고 빌리기를 반복하는 겁니다. 이렇게 하면 그 도서관에서 볼만한 책은 모두 보는 시점이 오게 되는데요.  제 경우에는 그 시점부터 회사에 책을 신청해서 볼 수 있었습니다. 물론 제가 소장하지 않고 회사의 서가에 정리하게 되지만, 책을 신청한 사람에게 먼저 볼 기회를 주거든요. 

근래에는 서평 쓰는 이벤트를 열심히 참여하고 있습니다.  당첨이 되면 집에 책을 보내 주시는데요. 역시 공짜로 책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을 수 있습니다. ( 문제는 집에 책이 쌓이고 있다는 겁니다. )

 

2. 책 읽기

제가 책을 읽을 때 철칙은 "책은 손에 들고 다녀야 읽는 다"는 겁니다.  아무리 무거운 책도 들고 다닙니다. 가끔은 책을 들고 다니는 것 때문에 허리까지 아플 경우도 있지만 왠만하면 들고 다닙니다. 그러면 책을 읽을 기회가 많이 생기는데요. 지하철을 기다리거나, 버스를 기다릴 때, 에스컬레이터를 탑승할 때도 책을 읽을 기회가 됩니다. 그리고 정말 아주 가끔은 내용이 재미있어서 걸으면서도 읽을 수 있습니다.

 

책을 읽을 때는 "플래그" 포스트잇을 사용합니다. 비슷한 다른 브랜드 제품을 많이 시도해보았는데요. 접착력이나 재사용성 면에서 포스트잇의 "플래그"가 가장 좋았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몰랐던 지식', '내 생각을 확장 해줄 지식', '인용할만한 지식'에 해당하는 부분에 '플래그'를 붙입니다. 

그 내용이 한줄 짜리라면, 그림처럼 페이지에 직각으로 붙여줍니다. 

만약 한 줄이 아니라 여러 줄이라면, 비스듬하게 붙여줍니다. 비스듬한 각도가 많이 기울수록 더 많은 분량이 타이핑해둘 대상이라고 표시하는 겁니다.
가끔 한 줄에 두 문장이 있을 경우가 있습니다 앞에 문장이 대상이라 치면 해당 줄에서 좀 윗쪽으로 플래그를 붙입니다. 반대라면 좀 아래쪽으로 붙이겠죠

 

때로는 타이핑해두고 싶은 내용이 페이지를 넘길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 끝나는 부분에서 반대방향으로 붙여서 여기까지 타이핑 한다고 표시합니다.

이렇게 하면, 조금 어수선한 상황에서도 책을 읽으면서, 내게 필요한 부분을 표시해 놓을 수 있습니다. 

 

3. 정리하기(타이핑하기)

정리에 가장 중요한 것은 타이밍인 것 같습니다. 우리의 뇌는 우리가 학습 한 순간 부터 이를 지워나가기 시작하는데요. 기억하기 위해서는 이걸 다시 접해야 합니다. 그러니 플래그가 붙은 순간부터 하루 안에는 해당 부분을 다시 정리할 수 있도록 시간을 안배해야 합니다.  가장 좋은 방법은 매일 아침 출근을 한 시간 정도 일찍 하는 겁니다. 다른 직원들이 출근하기 전 먼저 자리에 앉아서 어제 퇴근하면서 그리고 오늘 출근하면서 읽은 내용을 타이핑합니다. 한 시간 정도면 꽤 많은 분량을 타이핑할 수 있습니다.

 

처음 책을 정리 할 때는 책에 붙인 플래그를 하나씩 떼어 가면서 했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하면 책을 붙잡고 있어야 하는데, 이거 은근히 힘듭니다. 다른 책을 올려놓고 해보기도 했고 독서대를 사용해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불편한 건 해소할 수 없더군요. 장시간 구부정하게 있다 보니 어깨도 아프고 허리도 아프고 그랬습니다.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문서를 캡쳐하는 어플들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CamScanner라는 어플을 꽤 오래 사용했는데요. 최근 몇 달 전부터 adobe에서 개발한 캡처 어플을 씁니다. 이런 유의 어플은 책을 사진 찍으면 책을 문서 모습으로 자동으로 잘라 주는데요. 똑바로 있지 않아도  위치를 맞춰서 잘 커팅해주기 때문에 상당히 빠르게 찍어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사진을 다 찍으면 pdf로 저장하고 타이핑 할 컴퓨터로 보내 놓습니다. 저는 아이폰을 사용하고 있는데요 에어드롭을 사용하면 공유 기능을 통해서 바로 컴퓨터로 보낼 수 있어서 편합니다.  

 

이제 컴퓨터 안으로 들어온 플래그가 붙은 모습의 책을 타이핑 하기 시작합니다. 

요즘은 블로그에디터가 많이 좋아져서 괜찮은데요. 예전엔 타이핑하다가 오류가 발생하면, 한참 동안 타이핑하던걸 잃어버리는 사고가 발생하곤 했습니다.  특히 플래그를 하나씩 떼 내면서 정리할 때는 플래그는 이미 뗐기 때문에 어디에 표시했는지 잊어버린 후가 됩니다. 정말 난감해서 정리하는 걸 포기한 적도 있습니다. 

 

타이핑할 때는 플래그를 붙여둔 곳만 기계적으로 타이핑하면 안 됩니다. 십 년 후 나에게 정리한 책을 보내 주듯이 해야 합니다.

먼저, 책의 전반적인 구조를 따라서 타이핑 해야 하는데요. 부, 장, 절을 모두 타이핑해주어서 뭘 설명하다가 나온 내용인지 캐치할 수 있도록 합니다.  혹시 그것 가지고 모자라면 문맥에 대해서도 메모를 남겨야 합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몇 쪽에서 나오는 내용인지도 표시하는 것이 좋습니다.  책의 내용이 중요하다고 생각되면, 책을 다시 빌려다 볼 수도 있는데요. 페이지 수가 없으면 다시 찾아보기 힘듭니다. 게다가 책의 내용을 인용하고 싶을 때, 정확하게 하기 위해서는 페이지 수도 쓰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저는 쪽수도 함께 기입합니다. 

 

정리가 끝나면 꼭 #태그를 붙여 두는 게 중요한데요.  제 경우에는 태그를 붙이는 걸 게을리 하다보니, 태그를 넣었을 때 오는 통찰을 얻을 수는 없었습니다. 저자와 역자 그리고 주요 키워드를 모두 태그로 남겨두면 쌓이면 쌓일수록 중요한 통찰을 제공할 겁니다.  예를 들어 본문 내용에는 카이젠이란 단어가 없지만 문맥이 카이젠을 이야기하고 그걸 응용하는 예가 될 수 있는 겁니다 추후에 카이젠에 대해 검토해야 할 때 이렇게 붙인 태그는 일종의 통찰력을 제공하는 자료가 될겁니다.

 

아참 빼먹을 뻔했는데요. 저는 글자 색깔을 바꾸어 표시해둡니다. 색깔 표시로 그 문장의 중요도를 나타내기 힘들면, 글자를 키워 놓기도 하고요.
붉은색은 기억할 만한 지식, 녹색이나 보라색은 생각을 확장하는 내용, 이런 식으로 합니다. 그림은 근래에 읽은 "카이젠 저니"라는 책을 정리한 일부인데요. 챕터에서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37] 페이지의 한 문장을 저렇게 타이핑 해 두는 겁니다.  "오늘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를 이해하고 결정한다는 것을 반대로 말하면 무엇을 내일로 미뤄도 좋을지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라는 부분이 붉은색으로 된 건, 나중에 읽을 때 통찰을 제공해 줄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4. 서평을 씁니다. 

책 한 권을 모두 읽고, 정리한 다음 서평을 씁니다. 웬만하면 거의 바로 서평을 씁니다. 정리한 걸 화면 한편에 띄워 놓고, 보면 중간중간 다른 색깔로 표시한 문장들이 눈에 띕니다. 그러면, 걔네들을 먼저 훑어보고, 책을 읽으면서 어떤 아이디어가 떠올랐었는지, 떠 올려 본 다음 그걸 적어봅니다. 이렇게 하면 추후에 그 책을 읽었을 때, 나 자신이 무슨 생각을 했었는지 기억할 수 있습니다. 

가끔은 번역 문체가 나와 안 맞아서 읽기 힘들었다고 써놓기도 하고, 책의 주제 내용에 대해서 내 생각을 써 놓기도 합니다. 

이런 연습은 결과적으로 내 콘텐츠를 만들어 내는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네이버 블로그에 경우 글감을 책으로 골라서 글을 쓰면 library 쪽에 카운트가 되는데요. 그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도 서평은 써야  합니다. 

 

그리고 추후에 이 책을 인용하려고 찾았을 때, 정리 글을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게이트키퍼 역할을 하는 글이 서평이 됩니다. 

5. 블로깅 합니다. 

서평을 거듭해서 쓰다 보면, 아이디어들이 떠오르게 됩니다. 여러 책에서 밝히는 내용들이 겹쳐지고, 내 아이디어와 섞이다 보면, 블로깅 할 말들이 생각나기 시작하는데요. 그걸 써보는 겁니다. 가끔은 회사 동료들과 이야기하다가 더 이야기하고 싶은데 그럴만한 상황이 되지 않았을 때, 그걸 쓰기도 하고, 신문기사를 보고도 쓰기도 합니다. 회사 정책에 불만이 있을 때도, 블로깅 하기도 합니다. 물론, 지금까지 읽어온 책들이 많으니 그 책들에서 인용도 많이 하게 됩니다. 

 

6. 콘텐츠를 만듭니다. 

이제 마지막 관문입니다. 저는 근래에 이 부분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블로깅 하면서 생각이 아이디어가 되고 이를 좀 더 길게 글로 써보고 싶게 되면, 이제 좀더 긴... 글을 써보기 시작합니다.  지금까지 써오던 글들과는 성격이 다르니 네이버 블로그에 그대로 쓰지 않고 티스토리에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네이버 블로그에는 그동안 했었던 것처럼, 책 정리와 서평 위주로 하고 가끔 블로깅을 하며, 좀 장문의 글이 될 것 같은 내용들은 티스토리에 올릴 생각입니다. 

코로나 19 

코로나 19는 재택근무를 몇 달씩 하게 하는 재앙을 만들어 냈습니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다가 출퇴근 시간에 책을 보는 제 독서습관은 코로나 19 시대에는 유지하기 힘든 독서 법입니다.  그래서, 기존의 독서법에 수정이 불가피했습니다. 일단 서평 이벤트에 좀 더 적극적으로 도전하고 있습니다. 회사에는 책을 열심히... 신청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회사에 있는 책들을 꽤 많이 빌려다 집에 갖다 놨습니다.  일단, 두 달 정도는 버틸 만큼 책을 확보한 상황입니다. 그다음 책을 읽을 시간을 만들어야 하는데요. 집에서 있더라도 출근할 때처럼 일찍 일어나려고 노력합니다. 출퇴근 시간 대에 뽀모도로 타이머를 틀어 놓고 책을 읽는 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어떤 이득이 있을까요? 

이렇게 책들을 정리해 가지고 있으면 어떤 이득이 있을까요?  

1. 설득 2. 나침판, 3. 메모리, 4. 생각의 확장 5. 아이디어

 

1. 설득의 도구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타인을 설득하기 참 어렵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성인들은 왠만한 일에는 자기의 생각이란 걸 가지고 있고, 그 생각을 가지게 된 동기가 아무리 허접하더라도 그걸 유지하려는 성향을 가지게 됩니다. "현상유지편향"이라고 하는데요. 여기에 "확증 편향"이 더해지기 때문에 설득이 힘들죠. 다시말해서 자기 생각을 확증지어 줄 만한 정보만 선택해서 취하기 때문에, 이미 가지고 있는 생각을 바꾸는 건 어려운 일인겁니다. 하지만 그게 가능할 수도 있습니다.

설득 상대가 신뢰할 만한 다른이의 말을 인용할 수 있다면 가능하겠죠. 

 

한번은 회사내에서 개발 컴퓨터가 사양이 이슈가 된 적이 있습니다.  개발자들은 이런저런 디버깅 툴을 써야 하기 때문에 꼭 필요하다는 취지로 이야기를 진행했지만, 관리자들은 영 못미더운 표정이더군요. 그러나 다음 내용을 인용하면서 분위기가 반전되었습니다. 

9. 프로그래머는 가장 멋진 고성능 장비를 주면 쉽게 충성을 맹세합니다. 

엑셀 스크립트, 스택오버플로, 에그헤드 창시자 조엘 - 조엘온 소프트웨어 -

스택오버플로를 아는 개발자라면, 조엘의 주장을 무시하지는 않겠죠. 

 

2. 나침판

우리는 마치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것 같은 삶을 살고 있습니다. 순간 순간 우리의 판단이 맞는지 우리가 정한 일의 방향이 맞는지 확신할 수 없죠. 특히 순간순간 바뀌어가는 기술변화에 적응해야 하는 경우, 지식의 변화나 시장 변화에 대응해야 하는 경우, 어떤 변화에 대응해야 하는 그런 상황이라면, 더더욱 방향성을 알 방법이 필요합니다. 

학자들은 그 패턴을 복수성(multiple) 이라 부른다. 지구 어딘가에서 과학자나 발명가 멋진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자신이 알아낸 놀라운 사실을 발표한다. 하지만 이미 그 전 해에 다른 세 사람이 동일한 아이디어를 각각 떠올렸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태양의 흑점은 1611년에 네 나라에 살고 있던 4명의 과학자들에 의해 동시에 발견되었다. 최초의 전기 배터리는 1745년과 1746년에 독일의 딘 폰 클라이스트와 네덜란드의 피터르 판 뮈스헨브루크에 의해 각각 발명되었다. 조지프 프리스틀리와 칼 빌헬름 셸레는 1772년과 1774년에 산소를 분리해냈다. 에너지보존의 법칙은 1840년대 후반에 네 번이나 서로 다른 지역에 사는 학자들에 의해 각각 정립되었다. 유전적 돌연변이의 진화상의 중요성은 1899년에 코르쉰스키와 1901년에 휘호 더프리스가 제안했다. X-선이 돌연변이 발생률에 미치는 영향은 1927년에 2명의 학자에 의해 따로따로 밝혀졌다. 전화, 전보, 증기기관, 사진, 진공관, 라디오 등 현대의 삶에서 필수적인 기술의 대부분은 그 기원의 어딘가에 복수성이 숨어 있다.

스티븐 존슨, - 탁월한 아이디어는 어디서 오는가 -

복수성은 과학의 진보나 발명이 전세계에서 동시 다발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을 말합니다. 그 원인은 과학의 진보는 항상 그 이전의 진보를 기반으로 발전하기 때문이죠. 

만약 내가 멀리 볼 수 있었다면 거인의 어깨 위에 앉아있었기 때문이다

뉴턴

거인은 같은 분야 선배들의 학문과 업적이겠죠.

가장 혁명적인 물리학자 였던 뉴턴 조차도 선배들의 진보가 토대가 되었던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진보는 이전 진보가 토대가 되는 것이고, 진보의 방향성을 알 만큼 많은 지식이 있다면, 우리에게 "나침판"이 있는 셈이 됩니다. 

 

그리고, 책은 이걸 해줄 수 있는 능력이 있습니다. 더 많은 책을 보고 이를 자기것으로 만들 수 있는 기술이 있다면, 그 사람은 미래를 정확하게 보는 사람이 됩니다. 

 

3. 뇌의 기억을 확장하는 방법

우리가 기억을 더듬는 방법은, 그 기억과 관련된 끄나풀을 잡고 있다가 한 가닥 한 가닥씩 끄집어 내는 겁니다.  "기억력의 비밀"이라는 책을 보면, 효과 적인 기억 방법을 소개하고 있는데요. "방 기억법", "신체 부위 결합법", "핵심단어법", "마인드맵"등이 있습니다. 그 내용을 보면, 어떤 방들이 있는 공간을 떠올리고 그 방하나에 내용을 하나씩 채워 넣는 것이나 신체 부위와 기억할 것을 연결하는 식, 등입니다. 다시말해서 기억과 관련된 끄나풀을 붙잡고 있다가 기억을 끌어 올리는 것이죠. 

 

블로그에 책을 정리해 두면 바로 같은 방법으로 책의 내용을 불러 올릴 수 있습니다. 

앵커링이란 배가 닻을 내리는 것을 말한다. 즉 흥미있는 기억은 뇌에 닻을 내린 배라고 할 수 있다. 

고다오 마츠오 - 공부 잘하는 기억력의 비밀 -

언젠가 정리했던 책의 핵심 단어, 또는 정리했던 시간을 가지고 그 책의 내용을 찾을 수 있습니다. 심지어 책의 제목과 내용이 기억나지 않더라도, 100권 200권이 넘기 시작하면, 지금 내가 처음 접한 것 같은 단어도 내가 정리 한 책에 있는 경우가 생깁니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고 싶을 때, 핵심 단어를 개인 블로그에서 검색해보고, 나온 내용을 훑어본 후 다른 단어를 검색하는 것만으로도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4. 생각의 확장을 가능하게 해줍니다. 

새로운 정보나 아이디어를 얻으려면 강한 연결로 얽혀 있는 원을 뛰어넘어 네트워크상에서 멀리 떨어진 다양한 원들과 연결을 유지해야 한다

리처드 코치, 그렉 록우드 - 낯선 사람 효과 -

"낯선 사람 효과"라는 이론이 있습니다. 이는 자신이 속해있는 사회에서 벗어나므로 성장을 도모한다는 건데요.  전혀 다른 견해를 가진 다른 사람들의 생각 방식을 경험하면서 우리의 생각이 확장된다는 겁니다. 

책은 주제에 대해서 저자가 가진 생각을 가장 자세하게 서술하는 도구입니다.  다시 말해서 저자의 논리 전개와 생각의 방식을 볼 수 있는 방법입니다. 그러므로, 책을 정독하는 것은 다른 견해를 가진 낯선 사람과 책의 내용에 대해서 깊은 이야기를 나누고 그의 생각에 적응하는 행동입니다.  

따라서, 책을 주의깊게 많이 읽을 수록 생각을 넓히고 확장 시킬 수 있습니다. 특히 본인의 전문분야에 대해서는 책을 꾸준히 읽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렇게 하므로서 우리는 본인의 전문분야에 대해서 더 넓은 식견을 익힐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장님 코끼리 다리 만지기"라는 말이 있습니다. 편협함에 갇히는 상황을 말하겠죠. 그런데 말입니다. 만약 '장님 코끼리 전부 만지기'가 되면 어떨까요? 볼 수 있는 사람보다 그 장님이 코끼리를 더 잘 알 것입니다. 우리는 눈으로만 보기 때문에 코끼리의 피부가 여리다는 것을 모릅니다. 하지만 장님이 코끼리 전체를 만졌다면 코끼리 피부가 얼마나 여리고 부드러운지, 귀는 어떻게 부채질을 할 수 있는지 알 수 있을 겁니다. 

우리는 전문가라고 하지만, (자기분야) 코끼리 다리만 만져봤을 가망성이 높습니다. 다른 시각에서 내 분야를 설명하는 책을 되도록 많이 볼 수록 우리 머릿속에는 코끼리 전체가 그려질 것입니다. 그래서 전문 분야의 책은 닥치는 대로 되도록이면 새로운 식견을 가진 쪽으로 읽을 필요가 있습니다. 

 

5. 아이디어 창출

제리 레비 박사는 그의 박사 논문에서, 오른쪽 두뇌의 정보 처리 방식은 신속하고 복합적이며, 전체적, 공간적, 지각적이라고 밝히고 왼쪽 두뇌는 언어적이미 분석적인데 그 복합성에서는 둘을 견줄 만하다고 했다. 레비 박사는 또 두개의 다른 처리 방식은 서로 방해하면서 최대의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도록 막아주는 경향이 있음도 지적했다. 

베티 에드워즈 - 오른쪽 두뇌로 그림 그리기 -

우리의 뇌 활동을 R모드(오른쪽 두뇌)와 L모드(왼쪽 두뇌)로 나누는 이론이 있습니다. 이 이론에서 L모드는 언어적이고 논리적이고 시간적인데 반해 R모드는 전체적이고 공간적이고 비언어적이며 비시간적입니다. L모드는 우리가 의식을 가지고 무언가를 할때 언어와 함께 우리 뇌를 관장하는 활동 방식이고요. R모드는 우리가 언어적 의식을 놓을 때, 작동하기 시작해서 우리가 가진 문제를 해석하는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아르키메데스가 욕조에 들어갔다가 "유레카"라고 소리지르면서 나왔을 겁니다. 

 

우리가 독서를 할때는 L모드입니다. 하지만 독서 중에 잠시 쉬는 순간 R모드로 들어가게 됩니다.  이 시간에 우리는 우리가 읽는 책의 내용과 더불어서 창의적인 생각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특히 지하철이나 버스 같이 대중 교통을 이용할 경우 다양한 시각적 변화가 있는데요. 자기도 모르게 책을 읽다가 창밖에 시선을 둘때 훌륭한 아이디어가 나오는 것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책을 들고 다니면서, 의외로 자주 해결되지 않는 업무에 대한 아이디어를 접하기도 하고, 읽는 책의 내용과 접목되어서 미래에 뭘 해야 하겠다하는 아이디어를 얻기도 했습니다. 

 

다만 주의 할 것은 이런 아이디어에 경우 책을 다시 읽기 시작하면서 잊혀지게 됩니다. 따라서 재빨리 메모해 두어야 한다는 걸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결론 - 콘텐츠의 시대

세상이 바뀌고 있습니다.

영국이 식민지 지배를 위해서 지배용 도구를 생산하기 위해 만들었던 교육 체계, 

테일러가 기업을 거대 시스템으로 보고 양질의 부품을 확보하기 위해 만들었던 경쟁 체계가, 붕괴되어 가고 있습니다. 

자본주의를 견인하던 에너지 산업들은 이제 재생 에너지 산업에게 자리를 내주게 되고, 자본주의 사상이 모든 분야에서 미치던 영향력은 줄어들기 시작할 것입니다. 

협력적 공유사회가 부상하는 추세는 점점 뚜렷해지고 있으며, 따라서  2050년 무렵이면 세계 대부분의 경제생활에서 주된 결정권을 행사하게 될 것이다.

제레미 리프킨 -한계비용제로사회-

여기에 코로나 19가 벌인 가속화는 모든 지식 분야 산업이 재편이 이루어 질것을 예견하고 있습니다.

많은 사람이 재택근무를 하게 되고, 결국 개인단위로 사업 단위가 쪼개지면서, 결국 개개인이 사업체를 꾸리고 전세계적으로 경쟁하게 될 것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가장 큰 경쟁력은 독보적인 컨텐츠 입니다. 다른 사람에게는 없는 컨텐츠 말입니다. 

그 방법은 의외로 간단합니다.  매일 읽고, 매일 쓰면 됩니다. 

때로는 쓰기 싫어도 계속 써야 한다.

스티븐 킹 -유혹하는 글 쓰기-

하루 이틀로는 별다른 차이가 없겠지만,  책이 쌓여가기 시작하면서 놀라운 경험을 하실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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