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의 마나
지문의 깊이
예전에, 저희 아버지는 철공장을 하셨습니다. 금형을 만들어서 팔기도 하시고, 기계를 만들기도 하셨습니다. 어린 시절, 하루는 공장 한켠에 앉아서, 쇠덩어리를 다듬고 계신 아버지를 보고 있었는데요. 한참을 물끄러미 바라보다가 갑자기 호기심이 생겼습니다.
"아버지 ! 얼마나 정밀하게 깍아낼 수 있으세요?"
손길을 잠시 멈추시는 것 같더니, 대수롭지 않게 대답하십니다.
"지문의 깊이 만큼,"
당시에는 '아 그렇구나' 하고 말았는데요. 지금 생각하니 참 의미심장한 이야기였습니다. 기술을 연마하면 인간은 점점 더 정밀한 일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도 한계가 있는데요. 그 한계는 자기 자신에 있는 겁니다.
손 끝으로 만져봐서 도드라진 부분을 찾아낼 수 있지만, 지문보다 낮게 도드라진 부분이 있으면 알아채지 못하겠죠.
지식기반 노동자에게 한계는 뇌의 작동방식과 그 피로도에 있을 겁니다. 지식 노동자라면 이를 잘 이해하고 뇌를 사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옷 차림이 늘 똑같은 이유
2014년 연합뉴스 기사에 보면, 저커버그는 황당한 질문을 받습니다.
"왜 항상 같은 티셔츠를 입죠?"
농담으로 받아도 될 질문인데, 저커버그가 진지충인 건지, 그걸 진지하게 대답합니다.
"이 커뮤니티(페이스북 사용자들)를 어떻게 하면 가장 잘 섬길 것인가 하는 것을 제외하면, 뭐든지 결정을 내려야 할 사항을 줄일 수 있도록 내 생활을 단순화하고 싶습니다."
한마디로 일을 잘하려니, 옷입는 것도 단순화해야한다는 말입니다. 뭐 그렇게 까지 할 필요가 있나 싶은데, 이런 인터뷰를 한 사람이 저커버그 만이 아니었습니다. 오바마도 같은 얘기를 했습니다. 2017년 6월 기사를 보면, 오바마도 항상 같은 정장을 입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내가 회색이나 파란색 정장만 입는 것 잘 알죠? 나는 내가 내려야 하는 결정 사항을 될 수 있으면 줄이려고 노력합니다. 먹고 입는 것에 대해서까지 어떤 결정을 내리고 싶지는 않거든요.
그렇지 않아도 내가 내려야 할 결정은 너무도 많으니까요' 그는 또 어떤 사람이 한 차례의 단순한 의사 결정을 내리는 것만으로도 그 다음 차례에 수행할 의사 결정 능력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연구 조사 결과를 언급했다. 쇼핑을 하고 나면 녹초가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했다. '의사 결정 에너지에 집중할 필요가 있어요. 의사 결정을 일상적으로 수행할 필요가 있고요. 온갖 쓸데 없는 것들에 휘둘리면서 산만하게 하루를 보낼 수는 없으니까요"
라즐로 복 - 구글의 아침은 자유가 시작된다. -
구글의 인사담당 이사였던 "라즐로 복"은 오바마도 저커버그와 정확하게 동일한 말을 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오바마와 저커버그는 전문 지식 노동자로서 자신들의 한계를 명확히 이해하고, 이를 아껴서 쓰는 방법을 터득하고 있었던 겁니다.
가장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는 뇌
뇌가 사용하는 에너지가 얼마나 많기에 저커버그와 오바마가 옷 고르는 것도 하지 않고 살려들까요?
대다수 사람들의 경우 두뇌의 무게는 몸무게의 2퍼센트 정도밖에 되지 않지만, 에너지 사용량은 몸 전체가 사용하는 양의 20퍼센트 정도를 차지 한다. 자기 무게의 10배에 해당하는 에너지가 필요한 것이다. 두뇌가 최대한으로 작동할 때 사용하는 조직 무게당 에너지의 양은 우리가 있는 힘껏 운동할 때 허벅지 앞쪽 근육이 쓰는 에너지보다 많다. 사실, 우리의 뇌는 한 번에 전체 뉴런의 2퍼센트 이상을 동시에 활용하지 못한다. 그 이상을 쓰면 몸속에서 공급되는 포도당을 너무나 빨리 소진해 버려서 실신하고 만다.
존메디나 - 브레인룰스 -
브레인룰스라는 책에서는 뇌가 몸무게의 2%정도를 차지하지만, 에너지는 20%를 쓴다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게 뉴런의 2퍼센트를 넘지 않는 분량이라는 겁니다. 그 이상을 쓰면, 포도당을 너무 많이 소진해서, 실신한다고 하는 군요.
에너지 소비는 허벅지 앞 근육 보다 더 많다고 하는데요. 그 근육은 우리가 다이어트 할때 사용하는 근육입니다. 에너지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부위라는 말이죠.
그러므로 지식 노동자는 뇌가 쓰는 에너지를 잘 관리해야 합니다
여기서 잠깐, 재미있는 뇌의 특성 몇 가지를 눈여겨보고 가도록 하겠습니다.
뇌 기능에 대한 상식
1. 스트레스 : 심한 스트레스는 뇌의 일부분을 오그라들게 하며, 만성 스트레스는 스트레스를 대비하기 위해 에너지를 축적하기 때문에 사고 기능이 제대로 동작하지 않는다.
2. 강화 : 운동을 하면 신경화학물질과 여러 가지 성장인자들이 분비되어 뇌의 파괴 과정을 거꾸로 돌리고 뇌의 회로를 물리적으로 강화한다
3. 기억력 : 반복 활동이나 연습이 시냅스를 증가시키고 뉴런 간의 연결을 더욱 강하게 한다
4. 학습능력 : 아이들이 만져주고 놀아주었던 색다른 경험을 통해 학습능력이 향상된 것이다.
5. 뇌 재생 : 뇌세포는 분명 재생한다. 그것도 수천 개씩 다시 생겨난다. 과학자들은 최근 들어 뇌세포를 자세히 들여다 볼 수 있는 첨단 영상기구를 사용해서야 뇌세포가 재생한다는 결정적인 증거를 찾아냈다. 그리고 그 결과가 1998년에 학술 논문으로 발표되었다.
존 레이티 - 운동화 신은 뇌 - 참조
"운동화 신은 뇌"라는 책을 참조해서 몇가지를 정리했습니다. 일단 이 책에서는 운동이 뇌 세포를 늘리는 역할을 하고, 육체와 정신을 건강하게 하며 심지어는 "성장호르몬"을 만들어내서, 젊어지게까지 한다고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운동은 뇌의 회로를 물리적으로 강화하고, 스트레스는 뇌를 오그라들게 합니다. 기억력은 반복 학습과 관련있고, 스킨십은 학습능력을 향상시킨답니다. 특히 뇌의 세포가 재생한다고 하는데요. 하루에도 수천 개씩 생겨난다는 보고가 1998년 학술 논문으로 발표되었다고 합니다.
즉, 우리가 뇌를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뇌는 지속적으로 향상시키고 그 능력을 키워낼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뇌의 활동을 방해하는 요소들도 분명히 존재한다는 것도 알 수 있죠.
이제 우리는 지식노동자로서 뇌를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를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운영 원리
그동안 제가 본 책에서 저는 다음과 같이 4가지 키워드를 찾았습니다.
1. 마나 2. 뽀모도로 3. 분류 4. 나태
집중력 마나
프로그래밍은 지적인 행위로 긴 시간 정신을 모아 집중해야 한다. 집중력은 소중한 자원으로 마나와 비슷하다. 집중력 마나를 다 쓰고 나면 몇 시간 정도 집중이 필요없는 행동으로 마나를 충전해야 한다.
또한 집중력 마나는 차츰 사라지는 자원이다. 있을 때 사용하지 않으면 사라진다. 이게 바로 회의가 사람을 황폐하게 만드는 이유다. 회의에서 집중력 마나를 다 써버리면 코딩에 쓸 마나가 남아나지 않는다.
근심이나 주의산만 또한 집중력 마나를 소비한다. 지난 밤 배우자와 했던 싸움, 아침에 자동차에 생긴 흠집, 지난 주에 깜빡하고 처리하지 않는 고지서 같은 일들이 집중력 마나를 순식간에 빨아들인다. …
수면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하룻밤 잘 자고 나면 집중력 마나가 가득 찬다. 7시간 자면 8시간 분량의 집중력 마나가 찬다.
로버트 C 마틴 - 클린 코더 -
꽤 유명했던, 게임화면 일부입니다. 오른쪽 파란 구슬은 남은 마나가 얼마나 되는지 표시해주고 있는데요. 여기서 마나는 초자연적인 힘을 나타냅니다.
게임 캐릭터는 마나 에너지가 남은 만큼 마법을 쓸 수 있습니다.
친절한 밥아저씨(로버트 C 마틴)는 우리에게 "집중력"이 마나와 같다고 설명하고 있는데요. 밥아저씨의 말을 들어보면 정말 그 말이 맞습니다. 정신 에너지는 "마나"와 흡사한 성질이 있습니다. 오바마와 저커버그도 이렇게 생각했던 것 같고요. 꼭 필요한 일을 위해서 마나를 아끼고 있었던 겁니다. 그들이 마법같은 일을 했던걸 상기해보면, 정말 그들은 압도적인 게임 캐릭터가 아닌가 싶습니다.
하지만 이 마나가 뜻하지 않게 소진될 수도 있습니다. 부부싸움을 해서 마나가 온통 그쪽으로 빠져나가고 있거나, 아침에 출근할 때 긁혀있는 차를 발견하고 나서, ' 어떤 놈 짓인지,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를 고민하고 있다면 그 쪽으로 마나 에너지가 빨려나가게 되겠죠.
게임에서 마나를 잘 다루어서, 퀘스트를 수행하듯, 우리는 정신 에너지, 즉 지식노동자들의 마나를 잘 관리해서 우리가 하는 일을 안전하게 수행해야 합니다.
그래서 잘나가는 회사들은 회사가 나서서 개인의 마나를 관리하려는 것 같습니다
2011년에 우리는 구글 직원이 사망할 경우 이 직원에게 부여된 미기득 주식의 가치 전액을 곧바로 배우자에게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배우자에게는 직원이 살아 있을 때 받던 봉급의 절반을 10년간 지급하기로 했다. 아울러 만일 죽은 이 직원에게 자식이 있을 경우에는 이 아이들이 스무 살이 되기 전까지 혹은 전업 학생 신분을 유지할 때는 스물네 살이 되기 전까지 한 명당 매달 추가로 1,000달러를 지급하기로 했다.
라즐로 복 - 구글의 아침은 자유가 시작된다. -
더 완벽을 추구하려는 구글의 복지제도는 사실 직원들을 위한 배려의 측면보다, "마나관리"의 측면에서 보는 것이 더 합당한 것 같습니다. 회사를 위한 일 외에는 걱정거리가 없어지면 다시말해 마나 쓸 일이 없어지면, 개개인들은 일을 더 잘할 수 있을 것이고, 회사는 그만큼 이득을 취하게 됩니다.
뽀모도로 기법
25분이 끝나면 다시 타이머를 5분으로 설정하고 휴식을 취한다. 여기까지가 1뽀모도리다. 뽀모도리를 네 번 반복하고 나면 15분 동안 긴 휴식을 취한다.
존 소메즈 - 소프트스킬 -
하루 2번의 좀더 긴 정신적인 휴식에 대한 시릴로의 의견은 이것이 사람의 리듬 주기와 맞다는 것이다. 사람의 몸이 고 에너지 상태에서 저 에너지 상태로 바뀌는 데는 90분에서 120분간의 사이클이 있다. 심리학자 어니스트 로시는 말한다. "근본적으로 사람은 매 1시간 30분 마다 잠깐의 휴식을 취할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않으면 피곤해지며, 정신 집중이 되지 않고, 실수를 하기 쉬우며, 짜증이 나거나, 사고를 당하게 되기도 합니다
마이크 콘 - 경험과 사례로 풀어낸 성공하는 애자일 -
여러 책에서 "뽀모도로" 방식을 언급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는 마나를 필요한 쪽으로 소진하더라도, 멈춤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렇게 멈춰 줘야, 집중력을 유지하면서 더 오래 작업을 할 수 있습니다.
방법은 이렇습니다. 25분 동안 집중해서 일하고, 5분 쉬고, 이렇게 4번 반복한 후 15분 휴식, 너무 간단한데, 정말 강력한 방법입니다.
타이머를 사용하는데 익숙해지면, 이제 해당 시간의 집중도와 개인의 만족도를 체크하고 어떤 일을 했는지 기록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렇게 하므로, 하루 8회에서 12회 많게는 16회까지 뽀모도로를 진행할 수 있게되고, 특히 하루 중에 가장 집중력이 좋은 시간 대를 찾아내서 자기만의 룰을 만들어 낼 수 있게 됩니다.
이제 자기만의 룰을 만들어 내면, 이에 맞춰서 식사와 취침을 배치 할 수 있게 됩니다.
하루를 최적의 조건으로 살 수 있게 되는 거죠.
아침형, 저녁형인간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에게 가장 최적화된 시간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특히 요즘 코로나19 때문에 집에서 일을 할 경우가 많아 졌는데요. 뽀모도로는 이때 더 빛을 발하는 것 같습니다. 혼자서 패이스를 유지하며 일을 하게 해주기 때문이죠.
목록을 만들어 봅니다.
아주 적은 정신적 노력이나 창조적 노력만을 요구하는 일의 목록도 갖춰서 에너지 상태가 저조할 때 실행한다. …
당신이 처한 조건과 가능 시간, 에너지가 정해졌다는 가정하에 가장 분명한 다음 행동의 기준은 무엇을 먼저 해야 하는가의 문제다.
데이비드 알렌 - 끝도 없는 일 깔끔하게 해 치우기 -
"끝도 없는 일 깔끔하게 해 치우기"라는 책에서 일을 빨리 하는 방법을 설명하는데요. 일단 일을 빠르게 분류 해서 목록을 만드는 것이 책이 밝히는 가장 중요한 실천법입니다. 이렇게 해서 어떤일을 해야 하는지를 머릿속에 넣지 않고, 목록에 따라서 빠르게 진행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에너지 상태가 저조할 때 실행"할 일의 목록을 따로 만드는 것은 마나를 아껴야 하는 입장에서 현명한 실천법입니다.
나태하게 살아볼까요?
Perl의 설계자인 Larry Wall은 저서 <Programming Perl>에서 프로그래머가 가져야 할 3가지 자질로서 '나태, 조바심, 자만심'을 제안했다.
+ 나태(Laziness) - 전체 에너지 소비를 줄이기 위해 대부분의 능력을 집중하는 기질
+ 조바심은 프로그램이 느린 것을 용납하지 않는 것
+ 자만심은 틀린것을 방치하지 않음
니시오 히로카즈 - 코딩을 지탱하는 기술 -
게으름은 다음과 같은 방법으로 표출된다.
* 재미없는 작업을 미루는 것
* 재미없는 작업이 신경 쓰이지 않도록 빨리 처리하는 것
* 재미없는 작업을 다시 수행할 필요가 없도록 툴을 작성하는 것 …
게으름 : 전체적인 에너지 소모를 줄이기 위해서 큰 노력을 들이도록 하는 특성, 게으름은 작업을 줄이는 프로그램을 작성하도록 하며, 덕분에 다른 사람들이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또한 자신이 작성한 코드에 대해서 답변할 필요가 없도록 문서를 작성하도록 한다.
스티브 맥코넬 - CODE COMPLETE -
레리웰은 프로그래머의 3대 미덕이라는 이야기를 했었는데요. 이중에 "나태"라는 특성이 우리 주제와 연관이 있습니다.
프로그래머는 재미있는 일을 하려는 사람들인데요. 재미있는 일을 하기 위해서, 재미없는 일을 할 때는 마나를 절약하도록 도구를 만드는 겁니다.
자동화 프로그램 도구를 만들어 놓고, 문서화를 철저히 해서 다른 사람의 질문을 들어줄 필요도 없게 만드는거죠.
예전에 다니던 회사에서는 프로젝트 매니저가 소프트웨어 릴리즈 작업을 했습니다. 중요한 일이기 때문에 시니어가 해야한다는 논리였는데요. 사실 젠킨스 같은 CI툴을 쓰면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었습니다.
지인에게 들은 어떤 회사는 팀장이 소스코드 관리를 했습니다. 개발자들이 잘못된 코드를 올릴 수 있기 때문에 svn이나 git을 쓸 수는 없다고 했다는 군요.
회사에 입사하면 최대 골칫거리가 기존 코드에 대한 인수 인계 입니다. 기존 코드를 각자 제멋대로 짰는데... 심지어 문서도 없어서 팀내 개발자들에게 미안한 부탁을 많이 하게 됩니다.
이런 일들 모두가 개발자들이 게으르지 않아서 발생하는 문제입니다.
방해요소
생각나는 몇가지 방해요소를 이야기 해보겠습니다.
1. 스트레스 2. 인터럽트 3. 완벽주의 4. Burn-out
스트레스 마나를 소진시킵니다.
1991년 걸프 전쟁 때의 이스라엘에서는 스커드 미사일로 인한 사망자 수보다 놀라서 갑자기 죽은 노인의 수가 더 많았다.
1994년의 로스앤젤레스 지진에서도 이와 비슷하게 심장 발작이 급격히 증가했다.
...
사방에서 쏟아져 나오는 증거들을 보면, 스트레스가 우리의 면역계를 손상시키고 질병에 걸릴 위험도를 증가시키는 것이 틀림없는 것같다.
로버트 새폴스키 - 스트레스 -
스트레스는 갑자기, 또는 장기간에 걸쳐 인간의 목숨을 위협하는 존재입니다.
심한 스트레스는 뇌의 일부분을 오그라들게 한다
…
이런 상태(스트레스상태)가 지속되는 현상을 만성 스트레스라고 부른다. 이 시점에 이르면 정서적인 긴장이 물리적인 긴장으로 바뀐다. 그렇게 되면 신체적 스트레스 반응의 파급 효과는 고혈압이나 심장 질환, 암과 같은 질병뿐만 아니라 불안증이나 우울증 같은 본격적인 정신 장애로 이어질 수 있다. 심지어 뇌 구조까지 손상 되기도 한다.
그렇다면 스트레스라는 애매한 개념을 어떻게 이해하면 좋을까? 한 가지 방법은 생물학적인 정의를 기억하는 것이다. 스트레스는 기본적으로 몸의 평형 상태에 대한 위협이다. 반응을 하라는 도전이고, 적응을 하라는 요구이다. 뇌에서는 세포를 활동하게 하는 것은 무엇이든 스트레스라고 간주한다. 뉴런이 신호를 전달하려면 에너지가 필요하고 필요한 에너지를 만드는 과정은 세포를 지치고 피로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스트레스라는 느낌은 뇌세포에 가해지는 부담이 감정에 반영되어서 겉으로 드러나는 현상에 불과하다.
존 레이티 - 운동화 신은 뇌 -
뇌를 파괴하는 역할을 하기도 하는데요. 앞에서 말씀드린것 처럼 뇌를 오그라들게 하고, 뇌 구조에 손상을 일으킨다고 합니다.
오늘날 스트레스와 그것의 공범인 과잉정보는 창조적이고 기술적인 작업과 일상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 필요한 정신적인 에너지의 위축에서 그 두가지 주요한 요소를 찾을 수 있다.
마이클 르고 - 싱크 위대한 결단으로 이끄는 힘 -
그리고, 우리가 우려하는 일도 함께 발생합니다. 마나를 소진 시키죠.
인터럽트는 몰입을 방해합니다.
몰입해 일하려면 울려대는 전화를 무시하는, 효율적이고 용납 가능한 방법이 필요하다.
톰 드마르코, 티모시 리스터 -피플웨어-
피플웨어에서는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들을 나열합니다. 몰입은 지식 노동자의 업무 효율에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몰입 하지 못하는 경우 결과가 제대로 나올 수 없습니다.
이를 "마나" 사용의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마나"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고 허비하는 상황이라 볼 수 있겠죠.
제가 처음 피플웨어를 읽었던 15년전엔, 이런 일들이 비일 비재 했습니다.
어떤 팀장님은 개발자들이 전화를 빨리 받지 못한다고 핀잔을 주시기도 했고, 다른 팀장님은 이메일을 보내고 전화를 해서 꼭 상대방이 일을 접수했는지 확인해야 한다고 하기도 했습니다.
개발팀이 앉은 자리 앞편에 전화를 자주 해야 하는 업무를 하는 부서가 있는 경우도 있었고요.
그럼에도, 개발자는 엉덩이로 일한다며, 주야장천 회사를 떠나지 않고 이슈에 매달리기를 바라는 것이 회사의 분위기였습니다.
저녁 9시 30분쯤이 되어 소프트웨어 개발실에 들어 오셔서, 누가 남아서 일을 하고 있는지 훑어 보시던 사장님을 기억합니다.
하지만 요즘 다니는 회사는 분위기가 많이 달라졌습니다. 아마 다른 회사들도 마찬가지일 듯합니다. 업무 배치는 회의나 메일이 아니라 이슈 트래커를 대부분 사용하기 때문에, 이제 업무 책상에 전화가 필요 없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셀프인터럽트 요소들은 아직 여전합니다. 지식 노동자 자신에게 원인이 있는 셀프 인터럽트, 즉 회사에 대한 불만이나 개인적인 걱정 거리, 엉뚱한 상념은 우리 스스로가 '몰입'하지 못하게 하는 셀프 인터럽트로 끌어 들입니다. 셀프인터럽트가 외부인터럽트보다 무서운 건, 더 오랜시간 업무에서 떠나있고, 회복하기도 더 힘들기 때문이죠.
완벽주의는 필요 이상의 에너지를 소비합니다.
이런 장난질에 당신이 대응하면 할수록 더 많은 찌질이들이 당신의 에너지를 갉아먹게 되고, 당신은 더 많은 시간을 허비하게 된다.
브라이언 피츠패트릭 - 협업의 기술 -
계속해서 이야기 하고 있지만, 우리가 가진 마나는 한정적입니다. 그러나 완벽주의자들은 완벽함을 추구하기 위해서 모든 에너지를 끌어다 써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듯합니다. 목표에 부합한 만큼만 에너지를 쓰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지만, 완벽주의자들은 자기의 프로세스가 완벽하게 진행되는 것만을 원합니다. "협업의 기술"에서는 이런 사람들을 "찌질이들"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아시겠지만, 업계에는 한동안 "완벽주의"를 추구하는 프로세스가 성행했습니다.
그러다가 식스 시그마 실험이 틀어지기 시작했다. <포천>의 2006년 기사에는 식스 시그마를 도입한 대형 회사 중 91%가 그 이후로 S&P 5000(스탠더드 앤드 푸어스 500종 평균 주가 지수-옮긴이)을 따라가는 데 실패했다는 보고가 실렸다. <포천>에 따르면, 식스 시그마가 혁신에 방해가 되었기 때문이었다. 결함을 100만 개 당 3,4개로 줄이는 데에 너무 많은 에너지가 쓰였기 때문에 새로운 상품 아이디어를 개발하는 데에는 충분한 에너지를 들이지 못한 것이다.
2007년 <비즈니스 위크>는 3M에서의 식스 시그마 흥망을 다뤘다. 3M은 2000년에 식스시그마를 도입하면서 GE에서 잭 웰치의 부관이었던 사람 중 하나를 CEO로 고용했다. 4년 후 3M이 새 CEO를 임명할 때 3M은 식스 시그마에 대한 지원 수준을 낮췄다. 3M은 식스 시그마 체제 아래서 창의성이 줄어드는 것을 경험했던 것이다.
3M의 가장 잘 알려진 제품 개발 스토리인 '포스트 잇 노트'의 발명가는 만약 발명 당시 식스 시그마 공정이 자리 잡고 있었다면 자신의 작업은 결코 부상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결론지었다.
게리 클라인 - 통찰, 평범에서 비범으로 -
바로 시그마식스라는 건데요. 결함을 극단적으로 줄이는 방법을 모색하는 거죠. 문제는 필요 이상으로 너무 많은 에너지가 쓰였기 때문에 다른걸 할 수 없었던 겁니다. 그래서, "창의성"의 아이콘이나 다름없는 3M에서 조차 "창의성"이 줄어드는 것을 경험하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실수를 제거하는 데에 지나치게 많은 에너지를 쏟아붓는다면 통찰을 얻을 확률은 더 줄어든다. 통찰을 얻는 것은 실수를 예방하는 것과 질적으로 다르다.
…
대규모 조직들은 식스시그마와 종합적 품질 관리 같은 완벽한 체제를 따르는 것을 좋아하고, 회의실이나 조립라인에서 실수를 없애는 일에 온 힘을 집중 시키지만 신규 인터넷 기업의 목표 가운데 하나가 '더 빨리 실패하자!"인 것은 우연이 아니다.
스티븐 존슨 - 탁월한 아이디어는 어디서 오는가 -
6시그마 같은 접근 법은 특정 상황에서만 효율적이다
토마스 슐츠 - 구글의 미래 -
마나의 관리는 비단 개인의 문제 뿐만 아니라 회사의 업무환경, 회사 전체의 정책 결정과도 관련이 있다는 것을 아실 수 있었을 겁니다.
Burn-out (에너지 고갈)
마나가 완전히 고갈 되는 경우가 올수도 있습니다.
나는 요즘 일본에 산다. 지난 십 몇 년간 국내에서 하도 정신없이 살다보니, 심리적으로 심각한 문제가 생겼다.
가는 곳마다 자꾸 화를 내고 짜증을 내는 거다. 짜증이 난다는 것은 심리적으로 과부하가 걸렸다는 의미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번아웃 burn-out이라고 한다. 에너지가 다 소진되었다는 뜻이다.
좀 차분히 공부하며 지내야 할 것 같아 안식년을 신청했다.
김정운 -에디톨로지-
마나가 완전히 고갈되면, 하루 이틀 쉬어서 될 문제가 아닙니다.
앞에 김정운 소장님에 경우 하는 일 자체를 그림 배우기로 바꾸고, 한동안 일본에 혼자 사시면서 그림을 배우는 일을 택하셨습니다.
그러나 지식노동을 해서 먹고 살아야 하는 일반적인 지식 노동자들은 burn-out 상태로 진입하면 안됩니다. 따라서, 세심하게 본인의 "마나"를 관리해야 할 것입니다.
리스크 관리
지식 노동자의 뇌를 시스템으로 본다면, 시스템의 마나가 소진되는 상황을 리스크로 상정하고 이런 상황에 빠지지 않거나 빠지더라도 쉽게 벗어 나올 수 있는 관리 기법을 마련해 두는 것이 중요 합니다.
저는 세가지 정도 리스크 관리 기법을 찾았습니다.
1. 집중연습 2. 사회생활 3. 화장실 탈출
집중력 연습
네델란드에서는 ADHD를 앓고 있는 열한 살짜리 아이들을 대상으로 주의를 고도로 집중해야 하는 컴퓨터 게임을 하도록 했다. 아이들은 적들이 어디서 튀어나올지 경계해야 하고, 자신의 아바타에게 에너지가 얼마나 남았는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한 시간짜리 과정을 여덟번 반복하고 난 뒤, 아이들은 장애에도 불구하고 집중력이 높아진 모습을 보였다. ( 그 효과는 단지 게임을 하는 동안에만 나타난 것이 아니었다)
대니얼 골먼 - 포커스 -
감성지능, 사회지능 같은 책들을 써서 우리를 놀라게했던 대니얼 골먼의 책 중에 "집중력"을 다루는 책이 있습니다. 여기에서 제가 주목했던 내용이 있는데요. 바로 "집중력"을 연습해서 향상 시킬 수 있다는 겁니다. 집중력 향상용 컴퓨터 게임을 사용했고, 집중력이 떨어지는 ADHD 아이들을 데려다가 실험했습니다.
그런데 집중력이 높아졌다는 겁니다. 게임을 하지 않는 순간에도 집중력이 높아졌다는 것은 연습을 통해서 집중력이 향상될 수 있다는 반증이겠죠.
즉, 인터럽트에 내성을 가지는 연습이 가능한 것입니다. 마나가 비효율적으로 소모되는 위험을 피할 수 있는 거죠.
사회 생활
다시 말해 개인이 사회를 만드는 것이 아니다. 사회가 개인을 만든다.
제러미 리프킨 - 공감의 시대 -
하버드 대학교 필립스톤 교수가 발표한 연구 결과를 보면 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시기에도 사회적 지지가 충분하면 삶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고 한다. 사회적 관계에 시간과 에너지를 투자하는 것이 행복을 달성하기 위한 효과적인 전략이라는 의미다.
이라야 - 퍼스널리셋 -
자신이 진심으로 인정받는다는 느낌은 사기를 끌어올린다. 내면 깊숙이 안전하다고 느끼며, 그 감정은 사람을 열정적으로 만들어 자신의 실력을 최대로 끌어 낸다. 반대로 자신이 인정받지 못한다는 느낌은 그 걱정이 뇌리에 박혀 에너지를 분산시키며, 자신의 실력을 온전히 끌어내지 못하게 한다. 그런데 이런 일은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토니 슈와츠 2012)
일란 - 스크럼 성공 전략 -
인간은 사회적 동물입니다. 사회에서 안정감을 얻을 수 있고, 심지어 스트레스 상황에서도 빠르게 극복할 수 있습니다.
사회적 지지는 비단 인간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붉은털 원숭이를 어미로부터 너무 일찍 떼어내거나 어미가 없는 상태를 오래 지속시키면, 그는 평생 동안 절망에 취약한 원숭이가 된다. 그 이유는 변연계조절 작용에 있다.
...
충분히 사랑 받은 원숭이들은 집단 내에서 지배적인 위치를 차지하는 어른 원숭이가 되었다.
토머스 루이스 - 사랑을 위한 과학 -
동물(아마도 포유류)에게도 해당 하는 내용인 겁니다. 사회적 지지가 스트레스 리스크에 강인하게 하는 겁니다.
이는 마치 마나 통을 더 키워주는 영향이 있다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
화장실 탈출
아무튼, 자신을 설득해 '내 똥은 냄새가 안 난다'고 믿으려면 엄청난 에너지와 노력이 든다. 특히 실제로 화장실 안에서 살아갈 때는 말이다.
마크 맨슨 - 신경 끄기 기술 -
근본적으로 "똥 냄새"가 진동하는 환경에 있다면 벗어나야 합니다. 아무리 마나 통이 크더라도 빠르게 채울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쉰다고 해도... 거기 있는 것만으로도 마나를 소진하고 있는 상황이라면, 빨리 벗어나야 하는 겁니다.
가장 중요한 리스크 관리 기법이겠죠.
결론
전문가는 자기가 가진 근본적인 한계를 제대로 이해하고, 자기 목표를 위해서 이를 잘 관리하는 사람입니다. 지식 노동 전문가는 그 한계를 알아야 할 대상이, "뇌"입니다. 로버트 C 마틴은 이를 "마나"에 빗대어 설명했는데요. 상당히 직관력있는 메타포어라 생각합니다.
혹시 스스로 지식 노동자라고 생각하신다면, 자기의 '마나'를 관리하기 위해서, 운영방법들을 시도해보시고, 방해 요소들을 회피하며, 리스크 관리 장치들을 마련해 나가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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