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바람보기

죽을 때까지 코딩하기

인간의 수명

노동자 평균 수명이 17세였던 때가 있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산업혁명은 그 핵심적 현장이라고 할 수 있는 공장과 탄광에서 비인간적 노동을 수반했다....  맨체스터에서 전문직 종사자의 평균수명이 38세일 때, 노동자의 평균수명은 그 절반에도 못 미치는 17세에 불과했던 것이다. 
....
이런 도시 환경은 주민들의 건강을 위협했고, 그래서 농촌 지역에서 평균수명이 보통 노동자가 38세, 전문직 종사자가 52세였던 데 비해, 맨체스터에서는 노동자가 17세, 전문직 종사자는 38세에 불과했던 것이다.

- 나종일 - 영국의 역사(하)

극단적으로 열악한 근무환경 이었던,

영국 산업 혁명시대 탄광촌에서는 평균 17세에 "죽음"을 맞이 했습니다.  

인간의 평균 수명이 시대나 사회에 따라 달랐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인데요. 

 

이는 비단 영국만의 문제만이 아니었습니다. 

우리도 사실 60 넘게 산지 얼마 안 됐으니까요. 

 

미국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1900년대 초만 해도, 45세만 되면 수발을 받아야 했다고 합니다. 농업일이 너무 힘들어서였겠죠. 

19세기 중반경 사태는 변하기 시작했다. 맥코믹은 수확 기계를 데레는 철제 쟁기를 발명했고 트랙터가 등장했다. 그 결과 19세기의 3/4분기경 총노동력에서 농업 노동력이 차지하는 비율이 3/4에서 1/2로 감소했고 1900년에는 그 비율이 1/3로 1940년에는 20퍼센트로, 현재는 약 3퍼센트까지로 감소했다. 

제러미 리프킨 - 노동의 종말, 6p

하지만 기계화가 급속하게 진행되면서, 상황은 바뀌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평균 수명이 60을 넘기기 시작했습니다. 

 

피터 드러커는 이러한 현상을 읽으며 사회가 지식사회로 변화되고 지식노동자들이 주류를 이루는 시대가 될 것을 예상했습니다. 그래서 "단절의 시대"라는 책을 썼는데요. 

지식사회라는 용어는 내가 최초로 만들었다. (그리고 그것을 이 책에 처음으로 사용했다. ) 35년 전 당시 이 용어는, 단순한 '환상'은 아니라 해도, 대체로 '미래' 이야기로 치부되었다. 오늘날에는 한국을 포함해 지식경제와 지식사회가 모든 선진국에서 경제적, 사회적 현실이 되었다. 

피터 드러커 - 단절의 시대, 한국 독자를 위한 서문

현시점에서 볼 때, 피터 드러커가 "단절의 시대"를 쓸 때만큼 인간의 평균수명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현재는 평균 80세쯤이고, 앞으로 더 늘어갈 것임을 예상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이제, 우리는 지금보다 더 긴 노년을 준비해야 합니다. 

그리고, 지금과는 다른 양상의 사회에서 노년을 살아야 합니다. 

심지어 그 기간이 50년을 넘을 수도 있습니다.... 

 

살려는 드릴게...

유명한 영화 대사입니다.  

우리가 준비할 노년이 목숨만 부지하는 그런 노년은 아니어야 할 겁니다. 

 

그럼 우리는 어떻게 노년을 준비하고 있을 까요? 

인터넷에서 검색되는 작년의 기사 하나를 보면, 실질적 평균 정년은 49.1세라고 합니다.  

현재 평균 80세, 30년쯤 후에는 100세가 될 수도 있으니 100세로 잡는 다면, 

최악의 경우 우리는 정년 후에 50년간 할 일을 찾아야 합니다. 

 

만약 이 기간 동안 살아만 있게 된다면, 비참할 겁니다. 

모든 커리어 패스의 종착지는 치킨집..

 

당황스러운 이야기이지만 실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이야기입니다. 

 

정년까지 돈을 좀 모은 사람은 결국 자영업을 해야 하는데요. 자영업의 대부분은 프랜차이즈가 됩니다. 

돈만 있고, 아무련 노하우나 경험이 없기 때문이죠. 

들려오는 소리는... 현재 우리나라는 치킨집이 포화상태라고 합니다. 출혈 경쟁도 심하고요. 

 

그래서, 작은 카페로 옮겨 갔는데, 스타벅스 같은 기업이 곳곳에 영업장을 내고 있어서, 이도 만만치 않습니다. 

빵집? 도 프랜차이즈로 하면, "내 돈 내고 하는 노예생활"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붙습니다. 

편의점? 역시 포화상태입니다. 

 

그리고, 심지어...  자영업의 생존 확률은 높은 편이 아닙니다. 

 

어떤 분들은 안전관리 쪽 자격을 획득하거나 경비 업무 같은 걸 배워서 좀 더 일을 할 수 있지 않겠냐는 말을 하기도 합니다만... 

그걸 하면서 최대 50년까지 버틸 수 있을까요? 

 

이런 상황에서 가장 확실한 건, 계속하던걸 오래 할 수 있다면, 

그쪽을 고민해 봐야 한다는 겁니다. 

평균 수명이 60을 넘으면서, "지식 사회"로 진입했다면, 

평균 수명 80을 넘긴 현재 시점에서 지식 노동자들이 정년 이후로도 지속적으로 일을 할 수 있는 세상 되어 가지 않을까요?

코딩하는 사람이라면, 죽을 때까지 코딩하며 살 수 있을 수 있는 세상이 오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제 생각엔 그게 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건 도둑질이야!!!!

취미 생활자들 대다수가 분명 잘 알겠지만, 당신들 대부분은 소프트웨어를 훔쳐서 쓰고 있다. 하드웨어는 사야 하지만 소프트웨어는 공유하면 된다면서 말이다. 하긴 뭐, 소프트웨어를 만드느라 애쓴 사람들이 보상을 받든 말든 무슨 상관이겠는가? 이게 과연 공정한 행태인가?... 누가 전문적인 작업을 아무런 대가도 받지 않고 수행할 만큼 여유롭단 말인가?... 사실 우리말 고는 아무도 취미용 소프트웨어에 그렇게 많은 돈을 투자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소프트웨어를 취미 생활자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만들고 싶은 의욕이 거의 생기지 않는다.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면, 당신들은 절도 행위를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빌 게이츠 ( 제러미 리프킨 - 한계 비용 제로 사회, 282p )

1975년,

마이크로 컴퓨터를 위한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회사(마이크로소프트)를 설립한 빌 게이츠는 1년 후 해커들을 맹비난하는 글을 해커들이 보는 잡지에 기고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이 있습니다. 

저 시점 이전엔 소프트웨어를 팔지 않았다는 겁니다. 하드웨어에 끼워줬고, 하드웨어를 팔았습니다. 

 

소프트웨어는 하드웨어 가격에 포함되어 있으니 그걸, 돈 주고 사서 써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지 않았을 겁니다. 오히려 소프트웨어를 사는 게 더 낯선 상황 아니었을까요? 

 

그럼 빌 게이츠가 왜 저런 말을 했을까요?

빌게이츠가 만든 회사가 소프트웨어를 따로 패키징 해서 파는 회사였기 때문입니다. 

자기 회사가 진출하는 시장이 축소되는 걸 막으려는 의도가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남의 것을 갖다 쓰는 면에 있어서 빌 게이츠도 사실할 말 없는 사람입니다. 

일설에 의하면 GW-Basic의 원본은 빌 게이츠가 작성한 게 아니라, 어떤 연구소 휴지통에서 주었다는 말까지 있거든요.

게다가, 엔디 허츠 펠트가 쓴 책을 보면 빌 게이츠의 뻔뻔함은 상상을 초월함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러나 빌 게이츠는 냉정하게 그 자리에서 서서 잡스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칭얼대는 목소리로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이봐, 그 일을 보는 데는 여러 가지 시각이 있다고 생각해, 우리에게는 둘 다 제록스라는 부자 이웃이 있었고, 내가 TV를 훔치러 그 집에 몰래 들어갔다가 당신이 이미 TV를 훔친 사실을 안 것과 비슷하거든" 

앤디 허츠 펠트 - 미래를 만든 Geeks -

맥킨토시를 개발하던 잡스는 마이크로소프트에 오피스 개발을 외주 주고 싶었습니다. 여기에 걸리는 문제는 바로 빌 게이츠였는데요. 맥킨토시를 보면 빌 게이츠가 비슷한 제품을 만들 것이기 때문이었습니다. 

계약서상에 맥킨토시 출시 이후 얼마간 비슷한 제품을 만들지 않기로 하고 오피스 외주를 맡겼지만, 

빌 게이츠는 회사에 돌아가서 바로 "윈도즈 1.0" 개발을 시작합니다. 

게다가 맥킨토시는 출시 이후 시장에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렸고, 결국 윈도즈가 맥킨토시와 비슷한 시점에 출시되었습니다. 

잡스는 크게 화를 냈고, 빌 게이츠에게 항의했는데, 단신으로 애플 본사에 온 겁니다. 

그리고 당당하게, 자기가 훔치려고 했는데 잡스가 먼저 훔쳤다고 말했습니다. 

잡지에는 도둑질이니 뭐니 했던 빌 게이츠가 정작 본인은 애플의 내부 기밀을 훔쳐간 거죠. 

이에 반해 잡스는 훔치기보다는 전수받았습니다. 애플은 앨런 케이를 초청해 세미나를 했고, 1984년부터는 엘런 케이를 영입해서 자문을 구하기도 했거든요. 

오른쪽 그림은 앤디 허츠 펠트의 "미래를 만든 Geeks"이라는 책의 한 부분인데요. 당시 허츠 펠트가 세미나에 참석해서 정리한 노트를 찍은 겁니다. 

다시 말하면, 빌 게이츠는 지적재산권에 민감한 사람은 아니었다는 겁니다. 

 

하여튼, 1990년대 그리고 2000년대까지도 모든 소프트웨어는 패키징 해서 플로피 디스크나 CD 그리고 DVD로 판매가 되었습니다. 

 

가치를 파는 산업

하지만, 여기서 우리가 생각해봐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소프트웨어 패키지는 소비자들의 궁극적인 목표 아닙니다. 소비자들이 소프트웨어 패키지를 사는 건, 자기 나름의 가치를 만들어내기 위함이었습니다. 

예를 들어보죠, 

"마이크로소프트 워드"를 패키지로 사는 소비자는 "마이크로소프트 워드"를 소장하기 위해서 사는 것이 아닙니다.  그걸로 "문서"를 멋지게 작성해서 자기만의 "가치"를 만들기 위함입니다. 

따라서 패키지형 소프트웨어 시대는 가치형 소프트웨어 시대로 전환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1990년대부터 업계에서는 "가치"를 파는 소프트웨어를 만들어내기 위한 기술이 개발되기 시작했습니다. 

2000년대 닷컴 버블로 잠깐 주춤했었지만,

결과적으로 현시점에는 클라우드 컴퓨팅이라는 이름으로 우리는 패키지보다는 가치를 만들어내는 서비스를 사서 쓰게 되었습니다. 

 

이런 변화에 따라서 소프트웨어 코드에 대한 생각도 바뀌기 시작합니다. 

패키징 소프트웨어 시대에는 코드 자체가 돈이었지만,

서비스형 소프트웨어 시대에는 코드보다는 서비스가 돈이 되는 시대가 된 겁니다. 

 

그러니, 과거 코딩하는 곳이, 반드시 회사 내부여야 했다면, 

현재는 회사 내부일 필요가 없습니다. 코드는 방대하고 게다가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때문에, 코드가 외부로 유출되더라도 그걸 서비스로 제공하는 건 다른 문제가 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재택이 가능할 수밖에요... 

 

재택근무

2005년부터 2015년 사이 재택으로 근무하는 인력은 두 배가 되었고 이 같은 증가세는 주춤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더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 
하지만 정확히 10년이 흐르고 2019년이 되었을 때 일자리의 30%가 풀타임 재택근무로 바뀌었고, 54%가 적어도 달마다 한 번씩은 재택근무가 있는 일이다.  

제이슨 생커 - 코로나 이후의 세계, 152p 

2019년까지 미국의 30%의 일자리가 풀타임 재택근무였다고 합니다. 

물론, 이는 IT 쪽 일자리만 계산한 것이 아닙니다. 

 

제이슨 생커는 금융위기 때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 대신 컨설팅 업체를 창업한 사람이거든요. 

그가 하는 일은 컨설팅입니다. 그리고 그의 회사도 풀타임 재택근무 회사이고요. 

심지어 54%가 재택근무 룰이 있는 회사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코로나 19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재택이 가능한 모든 회사는 재택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고, 

강제로 재택근무라는 경험을 하게 되었습니다. 

 

안 해본 건 무서워서라도 못하지만,

해본건 그게 유리하면 할 수 있게 됩니다.  

즉, 재택을 해도 되는 일은 풀타임 재택 업무로 전환할 가망성이 더 높아졌습니다.  

코로나 19로 인해 한 가지 공공연한 비밀이 드러났다. 바로 지식 노동자로 산다는 것 기술을 통해 원격으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은 직업 종말의 시기에 살아남는 방법이라는 사실이다. 

제이슨 솅커 - 코로나 이후의 세계 -

풀타임 재택이라면, 사실 나이, 성별, 인종이 관련 없습니다. 

회사가 필요로 하는 기술을 가진 개발자라면 취업이 가능하게 되겠죠. 

이런 상황이 좀 더 진전하게 되면, 회사에서는 나이를 묻지 않고 그 사람의 이력만을 참고해서 일을 맡기는 시대가 올 것입니다. 

즉, 죽을 때까지도 개발을 할 수 있게 됩니다. 

 

껍데기는 가라

다음과 같은 냉엄한 통계가 있다. 1957년 미국의 500대 기업 중 이로부터 40년 후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가 집계한 500대 기업 목록에 든 기업은 74개에 불과했다. 사라진 기업 중 합병된 것은 극소수일 뿐 나머지 대부분은 형편없이 쪼그라들었거나 완전히 붕괴했다. 
대기업을 견제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은 경쟁이 아니라 운이라는 것을 나는 와튼스쿨에서 배웠다. 

나심 탈레브 - 블랙 스완 -

기업은 영속성을 가지기 원하지만

위의 이야기를 보면, 영속성을 가져가는 기업은 그리 많은 것 같지 않습니다.  

 

그 말은 우리가 30년 후에 살아남는 기업들은 지금의 기업들과는 다른 성격을 가진 기업들이 될 거라고 예상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개발자로 생활하려면, 지금과는 전혀 다른 기업들이 원하는 개발 기술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 됩니다. 

심지어 4차 산업 시대입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바람을 사랑하는 법

바람은 촛불 하나는 꺼뜨리지만 모닥불은 살린다. 

나심 탈레브 - 안티프레질  -

나심 탈레브는 파생상품 투자자였지만, "블랙스완"이라는 저서로 세상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사상가로서, 교수로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블랙스완은, 예측하지 못한 상황을 말합니다. 

모든 고니는 흰색이라는 편견은 이를 법칙으로 생각하게 만들었는데요. 호주를 탐험하던 과학자들이 검은고니를 발견했습니다. 즉, 고니가 흰색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류이고 편견임이 밝혀진 것입니다. 

 

현실 세계에서, 블랙스완은 커다란 위험 요소를 나타냅니다.

나심 탈레브는 "블랙스완"을 설명하면서, 칠면조를 예로 사용하는데요.  설명드리자면 이렇습니다.  

그동안 칠면조가 먹이를 받아먹고살았던 농장은 칠면조에게 안식처였습니다. 이는 태어나면서부터 지금까지 누적된 경험이고, 마치 법칙같이 받아들여지는 상황입니다만, 

이번 추수감사절 전야는 칠면조에게 블랙스완으로 작용할 겁니다. 칠면조가 농장을 탈출하지 못하면, 추수감사절 전야에 도축당하게 될 테니까요. 

 

즉, 블랙스완은 엄청난 위험요소로서 우리와 우리의 조직에 생존과 직접 관련이 있을 수 있습니다. 

마치, 촛불에게 바람이 부는 것과도 같습니다.  

 

하지만,  세상에는 촛불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모닥불에게는 바람이 블랙스완이 아닙니다. 오히려 더 활활 타오르게 만들어줄 게기가 됩니다.  나심 탈레브는 "안티프레질"이라는 책을 통해서 이런 원리를 설명하고 있습니다. "바람을 사랑하는 법"이라는 제목은 "안티프레질"에서 가져왔습니다.  우리가 모닥불이 된다면 바람을 사랑하게 되겠죠.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마음속으로 미지의 것을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잘못 인식하는 경향이 있다. 

나심 탈레브 - 안티프레질  -

촛불들은 우물 속에 머물러 있지만, 자기가 보는 세상이 전부라는 착각 속에 살아갑니다. 자기 경험으로 미래를 확신하고, 변화를 두려워합니다. 

2011년 큰 사고를 당한 후쿠시마는 지금까지 최악의 지진을 염두에 두고 설계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안전관계자들은 부족하다는 자문을 했었다고 하더군요. 

 

나는 이전까지 한 번도 사고라 할 만한 것을... 본 적이 없었다. 바다 위를 표류하는 배라고는 단 한 척도 본 적이 없었다. 다른 배의 조난을 목격한 일도 없었을뿐더러, 내가 재난의 주인공이 되는 사고를 겪은 적도 없었다. 
- E.J. 스미스(타이타닉 호 선장) 1907년 신문 인터뷰 

- 나심 탈레브 - 블랙스완 -

나심 탈레브가 "블랙스완"에서 예를 든 것은 역사상 최악의 해상 사고로 뽑히는 타이타닉 사건이었습니다. 타이타닉 호의 선장은 사고 5년여 전 위와 같은 신문 인터뷰를 했다고 합니다. 

그의 경험에는 블랙스완이 없었고, 대처할 생각 조차 없었던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모닥불 개발자

지금까지, 죽을 때까지 코딩하며 사는 삶이 가능할 것 같다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하지만 그러려면 우리가 촛불 같은 존재가 되면 안 된다는 것을 상기시켜드렸고요. 

모닥불 같이 되어 "블랙스완"에도 살아남고, 더 활활 타오르는 존재가 되어야 한다는 걸 이해하셨을 겁니다. 

 

그럼 모닥불 개발자가 되려면 뭘 해야 할까요?  정말 많은 걸 해야겠죠. 

'1만 시간 법칙'에 따르면 우리가 약 10년 정도 어떤 분야의 일을 꾸준히 발전시켜나가면 그 분야에서 성과를 이룬다는 말이 있는데요. IT분야에서 솔루션의 변화는 엄청나게 빠릅니다. 즉, 어떤 솔루션이나 프로그래밍 언어를 대상으로 개발자가 자기 계발을 하면 안 된다는 걸 알 수 있죠. 

 

그래서, '모닥불 개발자'가 되기 위한 방법은 '클린코더'에서 로버트 C 마틴이 정리해 놓은 걸 가져와봤습니다. 

 

먼저, 시간을 투자해야 합니다.

한 주에 60시간 일할 계획을 짜야한다. 40시간은 회사를 위해 쓰고 나머지 20시간은 자신을 위해 쓴다. 20시간은 읽고 연습하고 공부하고 경력에 도움이 되는 여러 가지를 하며 보내야 한다.  

로버트 C 마틴 - 클린 코더 - 

주 40시간은 회사를 위해서 일하고, 20시간은 자기 계발을 위해서 시간을 내라는 말인데요. 이게 사실 상당히 어려운 이야기입니다. 만약 회사에서 정확히 40시간 만을 일하게 해 준다면, 하루 8시간씩 회사를 위해 일하고, 2시간 정도씩 자기 계발을 한다면, 주말에 10시간 정도 더 자기 계발에 시간을 써야 하는 수치입니다. 

프로그래밍이 정말 재미있어서 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힘든 조건인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주 40시간만 정확히 지켜서 일하는 IT회사는 드뭅니다.  모닥불 개발자가 되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닌 듯하네요. 

 

익숙한 영역을 벗어나 낯선 것을 익혀야 합니다. 

책, 기사 블로그 트윗을 읽어라 컨버런스에 가라 여러 모임에 참가하라 스터디 그룹에 들어가라 익숙한 영역을 벗어나 낯선 것을 익혀라 .NET 프로그래머라면 자바를 배워라. 자바 프로그래머라면 루비를 배워라. C 프로그래머라면 리스프를 배워라. 두뇌를 유연하게 만들고 싶다면 프롤로그와 포스(Forth)를 배워라 

로버트 C 마틴 - 클린 코더 -

어쨌든 주 20시간을 확보한다면 뭘 해야 할까요? 낯선 것을 익히라고 합니다. 이 부분은 앞서서 설명드린 촛불에 대한 이야기와 궤를 같이하고 있는데요. '자기가 경험하지 않은 건 없다고 받아들이는 것이 촛불의 속성'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따라서, 자기 경험을 뛰어넘어 보려는 시도는 "모닥불 개발자"가 되기 위해서 꼭 필요한 것이라고 볼 수 있죠. 

 

코딩도조, 카타, 멘토링, 몰입, 샤워, 산책 그리고 TDD

일방적이고 귀에 거슬리는 말이란 걸 알지만, 연구자료를 봤을 때 외과의사가 꼭 손을 씻어야 하듯이 프로그래머도 TDD를 꼭 적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로버트 C 마틴 - 클린 코더 -

그 외에도 습관적으로 할 일들이 있습니다. 코딩 도조, 카타 같이 매일매일 해야 하는 연습의 개념이 있고,  자기보다 초심자에게 멘토가 되어주는 것도 있습니다. 

아 그리고 샤워 아인슈타인은 '왜 나는 샤워 도중에 최고의 아이디어가 떠오를까?'라고 했다고 하죠. 그리고 보면, 아르키메데스도 욕조에 들어갔다가 "유레카!!"라고 소리 지르면서 뛰어나왔죠. 

코딩이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샤워'를 해보는 방법이 유용하다고 하더군요. 

 

한 가지 더, TDD입니다. 

어떤 분들은 TDD가 무용하다는 주장을 하기도 하는데요. 이는 테스트를 그렇게 많이 만들 수 없다는 논리와 테스트에 너무 얽매이게 된다는 논리 이렇게 두 가지 이유인 것 같습니다. 

일단, 코딩을 하고 테스트를 만드는 방식으로 TDD를 한다면, 테스트를 많이 만드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사실.. TDD는 테스트를 만들고 코딩을 하는 방식입니다. 

그리고 테스트에 너무 얽매이게 된다는 논리도 로버트 마틴의 주장과 함께 보면 말이 안 됩니다. 

실제 의사들은 150년 전만 해도 손을 씻지 않고 수술을 했습니다. 손을 씻어야 한다는 과학적인 근거가 없기 때문이라는 논리였죠. 그리고 상당히 많은 사람들이 수술의의 손을 통해 감염되어 목숨을 잃었습니다. 

 

TDD는 사고의 방식입니다. 클린 한 코드를 만들기 위한 사고의 방식을 빼고 클린 코드를 논하는 것 자체게 어불성설이죠. 

 

해가 뜨면, 당신은 뛰어야 한다. 

아프리카 속담 

매일 아침 가젤은 깨어난다. 
가젤은 가장 빠른 사자보다 더 빨리 달리지 않으면 잡아먹힌다는 것을 안다. 

매일 아침 사자도 깨어난다. 
사자는 가장 느린 가젤보다 더 빨리 달리지 못하면 굶어 죽는다. 는 것을 안다. 

당신이 사자냐 가젤이냐 하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해가 뜨면, 당신은 뛰어야 한다. 

토머스 프리드먼 - 세계는 평평하다 -

"마시멜로 이야기"라는 책에서도 비슷한 이야기가 있는데요. 저는 "세계는 평평하다"라는 책의 번역이 더 마음에 들어서 그걸 가져와봤습니다. 

 

사실 사자는 주로 밤에 사냥을 하기 때문에 정확하게 들어맞는 말은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모닥불 개발자"로 살아가고, 죽을 때까지 코딩을 하기 위해 가는 길이 그리 녹녹하지는 않은 듯합니다. 

하지만 뭘 해야 하는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모르는 것보다는 훨씬 낫지 않을까요? 

 

 

모닥불 조직/문화

모닥불 개발자가 되는데 개인적인 노력이 절대적입니다. 그러나 만약 주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훨씬 더 수월 하겠죠. 

 

마리사 메이어의 성장

"마리사 메이어"는 38세의 나이로 2012년쯤 야후의 CEO가 되었습니다. 30대에 기울어져가는 야후의 구원투수로 등판했을 정도로 인정받았다면, CEO로 취임하는 시점에는 자타가 공인하는 최고의 능력자였다고 말할 수 있을 겁니다.  ( 물론 그녀는 야후의 구원투수 역할을 하지 못했습니다. 그렇다 하더라도 CEO로 취임하는 시점에 그녀의 주가는 최고였다고 말할 수 있겠죠. )

꼭 소프트웨어 분야에만 국한된 건 아닌데요 네 가지 정도 얘기하고 싶습니다.  

1. 자기가 들어가고 싶을 만큼 정말 편하게 느낄 수 있는 곳을 찾으세요. 소프트웨어 아키텍처 결정에 관한 것이든 회사의 전략에 관한 것이든, 사고의 자유를 만끽하고 자기 의견과 생각을 자유롭게 공유할 수 있는 곳에서 일하는 게 좋습니다.  

2 당신에게 투자하는 사람과 당신에게 도전거리를 안겨주는 사람을 위해 일하세요. 강력한 조언자가 필요합니다. 탐 워소우 교수님이나 에릭 로버츠 교수님 같은 분은 제 인생을 바꿔놓았습니다. 조나단 로젠버그, 에릭 슈미트 래리 페이지, 세르게이 브린, 그 외에 구글에 있는 여러분이 저에게 이런 막대한 책임을 안겨준 것은 그들이 나를 믿고 나한테 투자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3 더 많이 생각하고 더 잘 일할 동기를 유발할 수 있는 자기가 아는 사람 중에 가장 똑똑한 사람하고 일할 수 있도록 노력하세요 저는 제가 지금까지 만나본 사람 중에 가장 똑똑하고 가장 코딩을 잘하는 다섯 명 중 한 명으로 꼽을 수 있는 크레이그 실버스타인하고 함께 일하고 싶다는 생각에 구글에 들어왔어요 첫 3년 동안 저는 크레이그의 코딩 파트너였어요 크레이그는 제가 만든 모든 코드를 검토하고 저를 훨씬 더 강한 프로그래머로 만들어주었죠 정말 최고의 엔지니어들하고 일하면 생각하는 방법, 프로그래밍하는 방법이 송두리째 바뀔 겁니다.  

4 언제나 아직 준비되지 않은 일을 하세요 약간 두려운 느낌이 드는 일을 한다는 것은 한 발 앞으로 나갈 수 있다는 것, 새로운 것을 배우게 된다는 것, 성장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 마리사 메이어 -

샘 라이트 스톤 - 프로그래머로 사는 법 -

요약하면, 

" 사고의 자유를 만끽할 수 있는 조직에서, 

좋은 멘토와 동기유발을 하는 동료를 만나서, 

지속적으로 도전하는 것 "

으로 볼 수 있겠네요. 

이런 게 가능한 조직이 모닥불 개발자를 만들어 내는 조직이 아닐까 싶습니다. 

 

로젠탈 효과

로젠탈과 제이콥슨은 학년 초에 초등학교 학생 모두에게 어떤 시험을 치게 했다. 그런 뒤 교사들에게 그 학생 중 일부는 매우 높은 점수를 받았기 때문에 학문적으로 '꽃을 활짝 피울' 것이 틀림없다고 말해주었다. 실제로는 이 말이 반드시 진실은 아니었다. '꽃을 활짝 피울'학생으로 분류된 학생들은 연구원들이 무작위로 선택한 아이들이었다. 

학생이나 학부모들에게는 그 시험의 결과에 대해 아무 말을 하지 않았다. '꽃을 활짝 피울' 학생은 오직 선생들의 마음속에서만 다른 급우들과 달랐던 것이다. 

그 학년이 끝날 때 연구원들은 모든 어린이들을 다시 테스트했다. 이번에는 진짜 IQ 테스트였다. '꽃을 활짝 피울' 학생이라는 꼬리표가 붙었던 아이들이 다른 학생들보다 크게 높은 IQ 점수를 얻었다. 교사들이 꼬리표가 붙은 아이들을 특별히 대했던 것이다. 말하자면 교사들이 자신의 기대가 현실로 나타날 수 있도록 그 아이들을 가르쳤다는 뜻이다. 학생들에 대한 교사들의 기대는 의식적인 것이지만 그 교사들이 자신들의 기대를 현실화시키는 그 방법은 의식적이지 않다. 교사들이 자기 학생들이 잘할 것으로 기대할 때에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학생들에게 개인적으로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그들에게 더 자주 질문을 던져 대답을 요구하게 되고 공부에 관해 더 멋진 피드백을 주기 마련이다.  

티모시 윌슨 - 나는 내가 낯설다 -
이렇게 기대와 사람들의 행위가 일치되어가는 변화를 '로젠탈 효과'라고 부른다. 

류웨이위 - 나를 바꾸는 하버드 성공 수업 -

누군가를 '가능성 있는 존재'로 대해 주는 것만으로도 그 대상의 IQ가 상승하는 결과를 낳는다는 이론을 '로젠탈 효과'라고 부릅니다.  다시 말해서, 서로를 '가능성 있는 존재'로 대해주는 조직에 머무르는 것은 빠른 성장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말이 되겠죠. 

 

우리는 갓난아기가 걷지 못한다고 말을 빨리 배우지 못한다고 채찍질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기들은 만 3세가 되기 전에 웬만큼 걷기 시작하고, 말도 대충 합니다. 이는 부모들의 무한한 기대가 이끌어낸 결과가 아닐까요? 

 

결론

꽤 오랫동안, 저는 "개발자로서 생명력의 단절"이라는 화두를 가지고 고민했습니다. 우리 사회와 우리가 속한 회사들은 대부분 개발자로서 생명력을 유지하기엔 너무 힘든 환경을 가지고 있거든요. 

월화수목금금금... 

모든 시간을 회사의 일에 투자하도록 강요하는 데에 반해 그 일들이 사실 회사의 이득이나 개인의 이득과는 거리가 먼 경우가 많았기 때문입니다. 

결국 자기 계발에 투자할 시간이 없는 개발자들은 어느 순간 자기가 가진 기술이 퇴물이 되는 것을 지켜보며 전업을 결정하는 상황이 됩니다. 혹시 운 좋게 그동안 모았던 돈이 있다면,  학교 앞 닭집으로...

 

대부분의 개발자들의 생명력이 이렇게 단절되면, 허울뿐인 IT강국인 우리나라의 IT 미래는 여전히 어두울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근래 여러 가지 경험에서 가느다란 희망의 빛을 보게 됩니다. 

정말... 마음만 먹으면 죽을 때까지 코딩을 하는 프로그래머, 코딩 장인으로 살아갈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바람보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로버트 C 마틴 보기  (0) 2021.09.14
블로그를 활용한 책 읽기  (3) 2020.09.22
지식 노동자와 정신 에너지  (1) 2020.09.18
오른쪽 두뇌로 코딩하기  (0) 2020.09.07
천재적인 일을 하는 조직 만들기  (3) 2020.08.27